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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론(A Theory of Justice)』에 나타난 존 롤즈(J. Rawls)의 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 정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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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론(A Theory of Justice)』에 나타난 존 롤즈(J. Rawls)의 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 정리

Perihelion 2016. 12. 5. 22:17

 정치 공동체는 존속과 번영을 위해 구성원들에게 강제력을 행사하게 된다. 일체의 권위를 부정하는 무정부주의자(anarchist)가 아닌 이상에야, 인민은 국가가 행하는 강제력이 정당하다는 가정 하에 이에 복종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의 국가는 언제든지 실수로 혹은 고의로 부정의한 것으로 여겨지는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형태로 이에 대한 대항이 발생하게 되는데, 혁명(Revolution), 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 양심적 거부(Conscientious Refusal) 등이 그것이다. 

 

 이들 중에서 시민 불복종은 마틴 루터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와 간디(Mohandas Karamchand Gandhi, 1869-1948)의 저항 등과 같은 역사력 실례로 유명하다. 시민 불족종이라는 말 자체는 비문명적인 전원생활을 담은 『월든(Walden, 1854)』으로도 유명한 핸리 데이빗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가 저술한 『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 1849)』을 그 시초로 본다(Resistance to Civil Government나 On the Duty of Civil Disobedience로도 검색 가능). 다만 구체적으로 시민 불복종의 정의는 무엇이며, 이것이 정당화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행해져야 하는지, 처벌을 감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었다. 이것에 대한 정치철학적 고민은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Sōkrátēs, 470/469-399 BC)라는 기원에서부터, 핸리 데이빗 소로, 로날드 드워킨(Ronald Myles Dworkin, 1931-2013), 피터 싱어(Peter Albert David Singer, 1946-) 등 다양한 입장들에 반영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존 롤즈(John Bordley Rawls, 1921-2002)의 고민을 소개하고자 한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John_Rawls)

 

 존 롤즈는 그의 저서 『정의론(A Theory of Justice, 1971)』에서 시민 불복종의 정의, 그것의 정당화 조건과 역할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인용되는 영어 원문은 John Rawls, A Theory of Justice, Revised Edition(Havard University Press, 1999)에서, 한국어 번역본은 황경식 역, 이학사에서 출판된 1판 13쇄의 것에서 가져왔다.). 이 책 55절에 포함된 19번 주석을 통해, 롤즈의 시민 불복종이 이 책이 출판되기 오래되기 전에 있었던 마틴 루터 킹이라는 역사적 사례(특히 “Letter from Birmingham City Jail” (1963))에 영향을 받았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의 논지는 이 책의 제2부 "제도론" 중에서 제6장 "의무와 책무"에 속한 55절 "시민 불복종에 대한 정의", 57절 "시민 불복종의 정당화", 59절 "시민 불복종의 역할"에서 등장한다. 각각의 절들을 차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55절 시민 불복종에 대한 정의 The Definition of Civil Disobedience

 

 그가 말하는 시민 불복종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나는 우선 시민 불복종을 흔히 법이나 정부 정책에 변혁을 가져올 목적으로 행해지는, 공공적이고 비폭력적이며 양심적이긴 하지만 법에 반하는 정치적 행위라 정의定義하고자 한다.(475쪽)"
 "I shall begin by defining civil disobedience as a public, nonviolent, conscientious yet political act contrary to law usually done with the aim of bringing about a change in the law or policies of the government.(p.320)"

 

 여기서 롤즈는 시민 불복종을 논의할 때 완전히 부정의한 사회도, 완전히 정의로운 사회도 아닌 '거의 정의로운 사회(a nearly just society)'를 상정하고 있는데, 이는 "대체로 질서정연하면서도 정의에 대한 다소 심각한 위반도 일어나는 그러한 사회(well-ordered for the most part but in which some serious violations of justice nevertheless do occur)"인 것이다(474쪽/p.319). 시민 불복종을 통해 우리는 공동의 정의관(다수자의 정의감)에 호소하여, 특정 법이나 정부 정책이 부정의하다는 것을 선언하게 된다. 

 

 롤즈의 시민 불복종은 그 좁은 정의(definition)에 의해 파생되는 구체적인 설명이 있게 된다. 그것들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476-480쪽, pp.320-323)

 

◎ 시민 불복종 행위가 항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바로 그 법을 위반하라는 요구를 하지는 않는다. 곧 그 법 자체가 아닌 다른 법을 대신 어기는 것이다.

 -> 부정의한 법이나 정책도 어기지 않아야 할 강력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예) 반역죄에 대한 부당한 법률, 그러나 반역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님

 -> 국제 문제 등과 같이 정부 정책을 직접 불복종할 방도가 없는 경우가 있다.

 

◎ 시민 불복종은 입헌적 체제에서 이 행위가 법정의 지지를 받을 것인지 아닌지와 무관하게 행해지는 것이다.

 

◎ 시민 불복종은 정치적 행위이다.

 -> 정치 권력을 쥐고 있는 다수자에게 제시된다.

 -> 정치적 원칙, 즉 헌법과 사회 제도 일반을 규제하는 정의의 원칙들에 의해 지도되고 정당화되는 행위이다.(도덕, 종교 원칙이 아니라)

 

◎ 시민 불복종은 공공적 행위이다.

 -> 공공 원칙과 관련된 것이며 공공적으로 행해진다. 비밀 결사 활동은 롤즈의 시민 불복종에 포함되지 않는다. 예) 지하철도(Underground Railroad)

 

◎ 시민 불복종은 비폭력적이다. 

 -> 원칙적으로 폭력을 싫어해서가 아니고, 폭력이 청원의 양식으로서의 시민 불복종과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 John Brown의 사례가 제외됨

 

◎ 시민 불복종은 '법에 대한 충실성fidelity to law'의 한계 내에서 법에 불복종하는 것이다. 곧 위법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감수한다.

 -> 이는 다수자에게 그 행위가 정치적으로도 양심적이고 진지하며 공중의 정의감에 호소하려 의도된 것임을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

 -> 곧 타인들에게 확신시키기 위해서 치루는 대가에 해당한다.

 

 

 

57절 시민 불복종의 정당화 The Justification of Civil Disobedience

 

 롤즈는 시민 불복종 문제를 국내의 제도에 한정하여 그 정당화 조건을 제시한다. 이는 뒤이어 이어지는 시민 불복종 정당화 조건들에 그가 책의 제1부에서부터 언급한 '정의의 원칙'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정의의 원칙'이 기본적으로 제한된 정치공동체의 계약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시민 불복종 논의를 분명하게 논하기 위해 국내 문제로 한정한 것이다. 시민 불복종의 정당화 조건은 다음과 같다.(485-491쪽, pp.326-331)

 

(1) "시민 불복종을 공동체의 정의감에 호소하는 정치적 행위로 본다면 ...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시민 불복종을 정의의 제1원칙인 평등한 자유의 원칙에 대한 심한 위반이나 제2원칙의 두 번째 부분인 공정한 기회 균등의 원칙에 대한 현저한 위배에 국한시킬 것을 내세우는 데는 나름의 추정 근거가 존재한다."(484-5쪽)

 "Now if one views such disobedience as a political act addressed to the sense of justice of the community, ··· For this reason there is a presumption in favor of restricting civil disobedience to serious infringements of the first principle of justice, the principle of equal liberty, and to blatant violations of the second part of the second principle, the principle of fair equality of opportunity."(p.326)

-> 공동의 정의관(제1원칙, 혹은 제2원칙 중 공정한 기회 균등의 원칙)에 대한 심각한 위배

-> 차등의 원칙은 그것의 위반을 현실에서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

 

 

* 참고: 롤즈가 제시하는 정의의 두 원칙

제1원칙

- 각자는 모든 사람의 유사한 자유 체계와 양립할 수 있는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가장 광범위한 전체 체계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평등한 자유의 원칙)

제2원칙

-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다음 두 가지, 즉 

(a) 그것이 정의로운 저축 원칙과 양립하면서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득이 되고(차등의 원칙), 

(b) 공정한 기회 균등의 조건 아래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직책과 직위가 결부되게끔 편성되어야 한다(공정한 기회 균등의 원칙).

 

 

(2) "시민 불복종에 대한 또 하나의 조건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보통 정치적 다수자에게 정상적인 호소를 성실하게 해왔지만 그것이 성공적이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합법적인 보상 수단은 아무런 소용도 없음이 판명된다. ··· 시민 불복종은 최후의 대책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이 필요한 것임을 확신해야 한다."(486쪽)

 "A further condition for civil disobedience is the following. We may suppose that the normal appeals to the political majority have already been made in good faith and that they have failed. The legal means of redress have proved of no avail."(p.327)

 

(3) "내가 논의하고자 하는 세 번째이자 마지막 조건은 다소 복잡한 것일 수가 있다. ··· 만일 어떤 소수자가 시민 불복종에 가담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경우 그와 적절하게 유사한 상황에 있는 다른 소수자도 마찬가지로 정당화된다."(487쪽)

 "The third and last condition I shall discuss can be rather complicated. ··· If a certain minority is justified in engaging in civil disobedience, then any other minority in relevantly similar circumstances is likewise justified."(p.328)

 

그리고 이를 다음과 같이 확인한다. "세 가지 조건에 비추어 우리가 시민 불복종에 의해 자신의 입장을 호소할 권리를 갖는다고 가정해보자. 우리가 저항하는 부정의는 평등한 시민의 자유과 기회 균등을 분명히 위반한 것인데, 이러한 위반은 정상적인 정치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고의적으로 자행되어왔다. 그래서 우리는 공정성의 문제에 의해 제기된 복잡한 사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489쪽)

 

+ 그리고 마지막에 명분의 달성을 위한 성실과 신의의 구속을 언급하나, 이 부분에 대한 서술이 다소 불분명하게 다가온다.

 

 

 

59절 시민 불복종의 역할 The Role of Civil Disobedience

 

 시민 불복종은 입헌 체제 속에서 다수자의 정의감에 호소하는 진지하고 숙고된 시도로, 자유로운 협동의 조건이 침해되었다는 것을 정당하게 알리는 것이다. 또한 불복종을 통해 이를 유발한 법이나 정책으로는 무한정한 복종을 기대할 수 없을 것임을 보이는 행위이다. 동등한 사람들 간 협동 체제에서 심각한 부정의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는 복종이 불필요하다. "사실상 시민 불복종(그리고 또한 양심적 거부)은 비록 그 정의定義로 봐서 불법적인 것이긴 하나 입헌 체제를 안정시키는 방도이다."

 

 "불관용자들은 정의로운 제도로부터 이익을 구하면서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 않는 사람들로서 무임 편승자들로 간주될 수 있다. 정의의 원칙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 원칙들의 지침에 따르는 것이 마땅하지만, 분할된 사회뿐만 아니라 집단 이기주의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에서는 시민 불복종의 조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505쪽)

 "The intolerant can be viewed as freeriders, as persons who seek the advantages of just institutions while not doing their share to uphold them. Although those who acknowledge the principles of justice should always be guided by them, in a fragmented society as well as in one moved by group egoisms, the conditions for civil disobedience do not exist."(p.340)

 

 "최후의 법정은 사법부도 행정부도 아닌 전체로서의 유권자이다. 시민 불복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그러한 집단에 호소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정의관에 있어 조건들이 존중되는 한 무정부 상태에 대한 위험은 없다. 기본적인 정치적 자유가 유지되는 사람들이 이러한 합의에 이를 수 있고 제한을 준수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적인 정치 속에 내포되어 있는 가정이다. 심오한 과학적인 논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듯이 분열된 투쟁의 위험을 온전히 피할 길은 없다. 그러나 만일 정당한 시민 불복종이 시민의 화합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일 경우, 그 책임은 항거하는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반대가 정당화되게끔 권위와 권력을 남용한 사람들에게 있다. 왜냐하면 명백히 부정의한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의 강제 기구를 이용하는 것은 그 자체가 사람들이 정당한 과정을 통해 항거하는 권리를 갖게 되는 일종의 비합법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The final court of appeal is not the court, nor the executive, nor the legislature, but the electorate as a whole. The civilly disobedient appeal in a special way to this body. There is no danger of anarchy so long as there is a sufficient working agreement in citizens’ conceptions of justice and the conditions for resorting to civil disobedience are respected. That men can achieve such an understanding and honor these limits when the basic political liberties are maintained is an assumption implicit in a democratic polity. There is no way to avoid entirely the danger of divisive strife, any more than one can rule out the possibility of profound scientific controversy. Yet if justified civil disobedience seems to threaten civic concord, the responsibility falls not upon those who protest but upon those whose abuse of authority and power justifies such opposition. For to employ the coercive apparatus of the state in order to maintain manifestly unjust institutions is itself a form of illegitimate force that men in due course have a right to resist."(p.342)

 

 

(출처: http://thephilosophersmail.com/perspective/the-great-philosophers-john-raw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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