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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 윤리학(Practical Ethics)』에 나타난 피터 싱어(P.Singer)의 시민 불복종 논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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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 윤리학(Practical Ethics)』에 나타난 피터 싱어(P.Singer)의 시민 불복종 논의

Perihelion 2020. 3. 16. 16:44

 

피터 싱어(Peter Albert David Singer, 1946~)(사진 출처: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Peter-Singer)

 

서론

 

자연법과 실정법에 대해 개념적인 구분을 하게 되면, 현실에서 이 둘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간극이 크게 느껴질수록 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이라는 주제가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 내가 이 주제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존 롤즈(J.Rawls)의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을 통해서였다. 이후 시민 불복종이라는 주제가 역사적인 사건들, 예컨대 멕시코 전쟁, 인도 독립운동, 흑인 인권운동 등 사회에 변혁을 초래한 사건들과 맥을 같이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 주제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 다양한 학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중 하나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공리주의자, 동물해방론자로도 알려진 호주의 도덕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 1946-)는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사회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다양한 저서들을 통해 제시해왔다. 이 글은 그러한 의견들 중에서 그의 저서 『실천 윤리학(Practical Ethics)』에 등장하는 시민 불복종에 대한 논의를 요약하고자 한다. 이 책은 평등, 종차별주의, 동물의 고통, 인간 생명의 가치, 임신중절, 안락사, 빈부격차와 원조, 환경문제 등 도덕 철학적 고민이 필요한 다양한 현안들을 다루고 있다. 이 중 제11장 “목적과 수단”에서 개인의 양심과 법의 문제, 이로부터 촉발되는 시민 불복종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며, 폭력의 정당화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피터 싱어의 『실천 윤리학(Practical Ethics)』은 1979년에 초판이 출간되고, 1993년과 2011년에 각각 개정된 책이 나왔다. 내가 가진 책은 1993년판을 황경식·김성동이 옮겨 철학과현실사에서 1997년에 출판한 것이다. 혹시 이후 개정판에서 바뀐 내용을 토대로 지적되는 사항이 있다면 반가울 것 같다.

 

 

 

제11장 목적과 수단

서론

논의는 사례들로 시작한다.

 

1. 쉰들러(Oskar Schindler)
: 독일의 기업가로서, 전쟁 중에 몇몇 불법적인 술책으로 약 1,200명의 유대인들의 목숨을 구했다.
2. 동물해방전선(Animal Liberation Front)
: 1984년 거너렐리(Dr. Thomas Gennarelli)가 책임지는 펜실베니아 대학의 두뇌손상실험실(Head Injury Laboratory)에 불법적으로 밤에 침입하여 실험 영상을 입수하여 대중에 공개했고, 정부 차원에서 해당 실험의 중지를 명령하도록 이끌어내었다.
3. 구조작전(Operation Rescue) 단체의 지지자 앤드류스(Joan Andrews)
: 플로리다의 한 임신중절 전문병원에 들어가 흡인 임신중절 기구를 손상시켰다. 그의 행동은 “죽을 자리로 끌려가는 사람을 먼너 건져 내고, 죽음에 말려드는 사람을 구하여라.(잠언 24:11)”는 성서로부터 기인한 신념에 의한 것이었다.
4. 브라운(Bob Brown)
: 1976년 호주 태즈메이니아 남서부 프랭클린 강을 가로지르는 댐이 건설되는 것을 막아 야생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태즈메이니아 야생협회(Tasmanian Wilderness Society)를 설립하고, 댐용지의 진입로를 비폭력적으로 봉쇄하였다. 그는 체포되는 등의 일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호주 고등법원으로부터 댐의 건설을 막게끔 하였다.

 우리는 법에 복종해야 한다는 최우선적인 책무를 갖는가? ‘목적이 결코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지나치게 단순하며, 때로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싱어는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수단이 어떤 목표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는가이다.

 

 

제1절 개인의 양심과 법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1817-1862)와 월프(Robert Paul Wolff, 1933-)는 개인의 양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개인과 사회의 갈등에 있어서 각각의 개인이 자율적인 양심에 따라 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옳다고 결정한 일을 해야 한다는 말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무엇이 옳은지를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가가 문제다.

이때 ‘자신의 양심을 따르라’고 하는 그 ‘양심’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다음의 두 가능성이 있다고 해보자.

 

1. 심사숙고해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하는 것.

: 반대할 수는 없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을 위반해가면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당장 도움을 주지는 않는 말이다.

 

2. 비판적인 반성적 판단에 근거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그른지를 계속해서 알려 주는 내면의 소리와 같은 것.

: 합리적인 주체로서의 자신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며, 모든 관련된 사항들을 고려하여 상황의 옳고 그름에 대해 내린 최선의 판단에 기초하여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면의 참된 목소리’는 참된 윤리적 통찰의 근원이기보다는 양육과 교육의 산물이기가 더 쉽다.”(346쪽)

 

=> 결과적으로 법에 복종하겠다는 결심과 다른 윤리적 결심이 이 충돌할 때, 이를 양심이라는 모호한 용어로 넘겨짚으려 하는 것보다는 분명한 윤리적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함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2절 법과 질서

 

법에 복종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 분쟁을 경제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확정된 의사결정 절차(decision-precedure)로서 법은 분쟁 당사자들이 폭력에 호소하지 않도록 해준다.

가. 아무리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라도, 인간 사회에서 최소한의 규칙(협동원칙)은 필요하다.

법과 같은 의사결정 절차가 없다면 분쟁 당사자들은 힘에 호소하기 쉽다.

나. 어떠한 확립된 의사결정 절차도 폭력에 호소하는 것보다는 거의 다 낫다.

- 폭력이 사용될 때는 사람들이 다치기 때문

- 대부분의 의사결정 절차는 적어도 폭력에 호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롭고 정당한 결과를 산출하기 때문

 

2. 범법 행위는 공동체에게 법 집행 비용을 부과한다.

가. 법이 효력을 갖기 위해 범법자를 탐지/처벌할 기관이 필요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금이 필요하기 때문

 

-> 대체로 이와 같은 이유들로 법에 복종하긴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못 된다.

-> 특정 법에 불복종할 이유와 복종할 이유가 대립할 때는, 어느 쪽이 우세한지 알아보기 위해 각각의 장단점을 평가해야만 한다. 이는 공리주의자로서의 싱어의 면모가 보이는 부분이다.

=> 어떤 불법적인 행위가 그 목적을 달성할 유일한 방법이라면, 그러한 목적들의 중요성이 법에 대한 복종심의 일반적인 저하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다소간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정당화할 것이다.”(349쪽)

 

 

제3절 민주주의

 

1. 예상된 반론1

앞서 제시된 사례에서, 쉰들러의 경우는 다른 경우들과 달리 변화를 위해 사용할 법적인 통로가 없었기 때문에 불법적인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이 아닐까?

 

가. 반론에 대한 검토/반박

“민주주의 사회 내에는, 개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합법적인 절차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 자체가 불법적인 수단의 사용이 그릇된 것임을 입증해 주지는 못한다.”(349쪽)

-> 합법적인 수단이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며, 그 과정이 고통스러운 진전을 하고 있을 때 사람들이 중단시키고자 하는 옹호될 수 없는 그릇된 일들이 계속될 것이다.

-> 합법적인 수단의 존재는 그것을 먼저 시도해보고, 그것이 실패할 때까지 불법적인 행위들을 연기할 이유밖에는 안 된다.

 

2. 이어지는 예상된 반론2

 합법적인 개혁이 실패했다면, 다수 유권자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아닌가? 다수에 반하여 불법적인 수단으로 개혁을 시도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다수결의 원칙(majority rule)’을 위배하는 것이 아닌가?

 

가. 사실적 근거에 의한 반박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는 국가에서 대표자들이 선거인들의 의사를 정확히 그대로 대변한다는 보장이 없다. 현실에서 유권자들은 그저 주어진 정책을 선택할 뿐이며,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원하지 않는 정책에도 찬성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나. 철학적 근거에 의한 반박

 다수의 결정이 반드시 도덕적으로 정당하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투표가 다수결의 원칙을 너무 경시하지는 말자. 한 사회가 의견이 대립되는 문제를 총알(bullet)로 해결하는 것보다는 투표(ballot)로 해결하는 것이 더 좋다.”(352쪽) “다수결의 원칙을 거부하는 것은, 평등주의 시대에 평화롭게 사회질서를 부여하는 가능한 최선의 토대를 거부하는 것이다.”(353쪽)

-> 밀(J.S.Mill)이 제안한 바와 같이 지성에 따라 투표권에 차등을 주거나, 자비로운 독재자를 택하는 등 다수결의 원칙을 포기하면, 그 결과는 ‘최대의 힘을 가진 사람의 통치’일 뿐이다.

=> 그래서 다수결의 원리는 실질적인 도덕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보다 독재정권하에서 불복종이 보다 쉽게 정당화된다.

 

∴ 다수결의 원칙은 그나마 현실적으로 최선의 대안이나, 다수에 복종할 의무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다수결의 원칙을 존중한다는 것은 우리가 다수에 대해 맹목적으로 복종한다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그것에 불복종하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354쪽)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 링컨의 명언을 활용한 투표 독려 포스터 (출처: https://www.aiga.org/general/gotv-detail/?entryId=14024&reportId=1252)

 

 

 

제4절 시민불복종 혹은 다른 불복종

 

지금까지의 종합(354쪽)

(1) 논의를 확정하는 확립된 평화적인 방법이 있을 때, 이에 따른 판정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있다.

(2) 의사결정 절차가 민주적이고 그러한 판정이 진정으로 다수의 견해를 대변할 때 이러한 이유들은 특별히 강력하다.

(3) 그러나 불법적인 수단의 사용이 정당화될 수 있는 상황이 여전히 존재한다.

 

(현실적으로 불완전한) 민주적인 사회에서 불법적인 수단이 정당화되는 두 경우로부터 시민 불복종의 정당화를 도출해보자.

경우 1. 시민 불복종의 대상이 되는 현행법이 진실로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 이때 시민 불복종은 참된 민주주의적 결정을 확보하기 위해 합법적인 수단의 사용을 확장한 것

∵ 개혁을 보장할 정상적인 통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

예시: 이익집단의 과도한 영향력, 대중이 사태를 모름, 행정편의주의, 관리자의 편견

-> 이런 경우 현대의 시민 불복종의 표준적인 형태, 즉 소극적 저항, 행진 혹은 연좌는 적합하다.

-> 불법적이기는 하나 다수를 위협하거나 다수를 강제하지는 않음

“법의 힘에 저항하지 않음으로써, 비폭력적으로 행위함으로써, 그들의 행위에 대한 법적인 처벌을 받아들임으로써, 시민불복종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항의의 진지성과 법의 통치 및 민주주의 기본원칙들에 대한 자신들의 존중을 명백히 한다.”(355쪽)[무저항, 비폭력, 처벌감수, 법에 대한 존중]

-> 정당화하기 쉬운 시민 불복종이자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을 복원하려는 시도.

 

경우 2. 시민 불복종의 대상이 되는 현행법을 다수가 지지하지만, 그 다수가 오류를 범한 것이다.

 나치의 대량학살 정책과 같은 일이 다수결에 의해 승인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 극단적인 것조차 다수결에 대한 존중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가?

-> 문제는 다수가 오류를 범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다수의 결정이 그른지 아닌지, 얼마나 그른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때 Singer는 도덕적 판단의 기준으로 자신이 제시해온 기준들을 활용하여 처음에 제시한 사례들이 시민 불복종의 목적으로 정당한지를 평가한다.(공리주의, 쾌고감수능력에 기초를 둔 종차별주의 반대 등)

 

가. 쉰들러 사례
1) 불복종 행위의 대상: 인종차별주의자들인 나치의 유대인 학살 정책
2) 도덕적 판단: 명백히 잘못된 일
3) 평가: 쉰들러의 행동은 완전히 옳은 일
나. 원숭이 실험 방해 사례
1) 불복종 행위의 대상: 원숭이에 대한 거너렐리의 실험
2) 도덕적 판단: 의식적인 피조물을 연구용 기구처럼 사용되는 단순한 물건으로 대우함
3) 평가: 사례의 실험 방해가 실험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면 정당화 가능함
다. 댐 건설 반대 사례
1) 불복종 행위의 대상: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하여 프랭클린 계곡을 물에 잠기게 하는 것
2) 도덕적 판단: 단기적인 시각이거나 너무 심하게 인간중심적이어서 정당화될 수 없는 가치에 근거함
3) 평가: 시민 불복종은 그 댐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가치들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적합한 수단
라. 낙태 반대 행동 사례
1) 불복종 행위의 대상: 인위적인 임신중절
2) 도덕적 판단: 인간의 태아는 나이든 인간이 받는 것과 같은 종류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으므로, 임신중절과 살인은 다름
3) 평가: 임신중절에 대한 도덕적 추론에 실수가 있으므로 시민 불복종으로서 정당화되지 않는 행동임

-> 어디까지나 이러한 사례들에 대한 판단이 피터 싱어 본인이 꾸준히 제기해온 도덕적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싱어 본인도 자신과 다른 도덕적 가치판단 기준을 가진 사람들이 다른 의견을 지닐 수 있음을 인정한다.

 

“우리는 우리가 중단시키려고 하는 악의 크기와 우리의 행위가 법과 민주주의에 가할 타격, 즉 존중심의 감소 정도를 저울질해 봐야 한다.”

“우리의 행위가 목표달성에 실패하여 반작용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다른 수단으로 성공할 가능성을 감소시킬 가능성도 고려해 봐야 한다.”

“민주주의적 원칙에 복종하는 습관이 더 깊이 배이면 배일수록 불복종은 그만큼 더 쉽게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358쪽)

 

 

제5절 폭력

 

시민 불복종에 있어 폭력이 사용된다면, 특히 사람에 대한 폭력일 경우 그 정당성을 주장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평화주의자와 같이, 모든 폭력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기도 어렵다.

“보다 큰 폭력을 방지할 유일한 수단이 폭력일 때 그것을 사용하기를 거부한 평화주의자들은 그들이 막지 못한 보다 큰 폭력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360쪽)

<- 평화주의자들은 ‘폭력을 행함(act)’과 ‘직접 폭력을 행하지 않음(omission)(그러나 결과적으로 다른 폭력이 초래됨)’의 도덕적 위상을 구분하나, 그러한 구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행위(act)와 무위(omission)의 구별이 본질적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참고] 행위(act)와 무의(omission)의 구분 예시
case1
act: 폭군을 암살할 기회가 있어 암살을 행함
omission: 암살을 행하지 않음 (-> 그러나 폭군에 의한 살인들이 초래될 수 있음)
 
case2
act: 노동자 한 명을 직접 죽임
omission: 노동자가 요절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하게 함 (직접 죽이지는 않으나 죽음을 초래함)

 

결과론자들이 시민 불복종의 수단으로서의 폭력의 정당성을 따지기 위해 물어야 할 질문

1) 폭력이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인가?

2) 혹은 가장 신속한 수단인가?

3) 폭력적 수단을 통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가져올 장기적인 결과는 무엇인가?

 

결과론자들이 할 수 있는 폭력에 대한 비판

1) 폭력의 사용은 ‘감각둔화 효과(hardening effect)’를 일으키지 않는가?

-> 폭력이 그 다음 폭력을 더 쉽게 유발하는 문제

(예시: 러시아 혁명에서부터 스탈린에 이르기까지)

2) 폭력이 달성할 미래의 이익이란 불확실하며, 그 목적이 비폭력적으로 달성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은가?

-> 폭력을 사용했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

(예시: 아일랜드공화국군, 바더-마인호프 테러단, 이탈리아의 붉은 여단,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사람이 아니라 재산에 해를 가하는 폭력의 방식들

case

1 동물해방전선

: 동물 실험에 사용되는 실험실 및 장비들을 손상시킴

2 극단적 미국 환경주의 단체 ‘지구우선!’

: 멍키렌칭(monkeywrenching), 에코타지(ecotage: eco+sabotage)

3 베어질 예정인 숲의 나무들에 ‘못박기’

: 목재회사에 목이 박혔다고 경고함. 목재를 베어낼 때 파편이 튀는 등 위험 초래.

(그러나 다치는 것은 지배인들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아닌가?)

 

 

Edward Abbey(1927&ndash;1989)의 소설 『The Monkey Wrench Gang』(1975). Monkeywrenching은 몽키렌치(monkey wrench), 그러니까 몽키스패너(monkey spanner)로 자연을 파괴하는 것들을 깨부순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이를 행할 경우 환경운동가(eco-activist)로 불리기도, 환경테러리스트(eco-terrorist)로 불리기도 한다. (이미지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he_Monkey_Wrench_Gang)

 

 

-> 재산에 대한 손상은 사람을 해치거나 죽이는 것보다는 덜 심각하게 여겨지지만, 이 또한 정당화를 위해서는 강력한 이유가 필요할 것이다.

“폭력은, 감정있는 존재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재산에 대한 것이거나, 일반대중에 대한 무차별적인 것이 아니라 독재자에 대한 것이라도, 정당화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의 종류에 따른 차이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러한 차이를 구별함으로써 우리는 특정한 종류의 폭력, 즉 테러리스트의 폭력을 실질적으로 절대적인 의미에서 비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일반적으로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모두 싸잡아서 비난함으로써 모호해진다.”(366쪽)

 

 피터 싱어는 폭력에 대해서도 무조건적 배격도 무조건적 추구도 아닌, 상황에 따라 폭력의 정도를 구분하고, 그것의 정당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상황이라 함은 목적의 정당성·중요성·긴급성, 수단으로서 폭력의 대상·목적 달성에 효과적인지 여부·초래할 수 있는 다른 결과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점에서 시민 불복종의 기본적인 요건들 중 하나로 비폭력을 제시한 롤즈와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요약 및 결론

 

1. 준법은 폭력적 의사결정의 방지, 사회적 비용 방지라는 측면에서 합당하다. 그러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2. 민주주의의 의사결정 절차와 다수결의 원리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예외적인 상황이 존재할 수 있다.

가. 불복종의 대상인 현행법이 다수의 견해를 진실로 반영한 것이 아닐 경우

-> 시민 불복종은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을 복원하기 위한 시도로서 정당화되기 쉽다.

(주로 무저항, 비폭력, 처벌 감수, 민주적 절차 존중, 법에 대한 존중으로 나타남)

나. 불복종의 대상인 현행법을 다수가 오류에 따라 지지한 경우

-> 다수의 판단이 실제로 오류인지 여부에 따라 시민 불복종이 정당화될 여지가 있다.

3. 피터 싱어는 법이나 정책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도덕적인 기준으로 그가 제시했던 기준들을 사용하고 있다.(공리주의, 쾌고감수능력에 따른 종차별주의 반대 등)

4. 시민 불복종에 있어 폭력이 사용된다면 정당화가 어려워지지만, 무조건 비폭력적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 폭력 사용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들을 검토해야 한다.

1)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혹은 보다 큰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인가?

2) 혹은 그것이 가장 신속한 수단인가?

3) 그 폭력이 그 다음 폭력을 쉽게 유발하는가?

4) 폭력의 대상이 지니고 있는 도덕적 가치는 어떠한가?(사람, 동물, 사물 등)

5) 그 외 폭력이 초래할 결과는 어떠할 것인가?

 

 ‘옳음’을 현실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에게 있어서 거의 본성과도 같이 여겨진다. 무언가 옳지 않게 현실이 작동한다고 느껴지면 이로부터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교정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대단히 자연스럽다. 현실의 법과 제도는 그것이 만들어질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정치적인 구조, 철학적 토대, 물질적인 토대, 입법 과정에 깊숙하게 개입한 자들의 어떤 의도 등 온갖 요소들이 반영된 것이다. 그렇기에 그러한 요소들 중 하나라도 변화하게 된다면 누군가에게 그 법과 제도가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옳음이라는 상위의 기준으로부터 촉발된 불편함이라고 하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누군가는 심각한 불편함을 느끼는 반면에,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고, 그러한 사안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따라서 사안의 구체적인 점들을 심사숙고하고, 불편함이라는 감정을 동력으로 삼아 사회를 바꾸기 위한 운동들이 그동안 끊임없이 전개되었다.

 사회 변혁을 위한 운동 중에 시민 불복종은 특별하다. 체제 자체를 파괴하고 재창조하려는 시민 혁명에 비해서는 온건하지만, 어디까지나 범법 행위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마냥 온건할 수만 있는 것도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민 불복종 행위자 개인이 어떤 손해를 짊어질 것을 각오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시민 불복종 행위는 그것의 목적과 정당성, 결과에 이르기까지 세밀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숭고한 목적을 지닌 시민 불복종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미치광이의 범법 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터 싱어의 이 책은 그러한 검토의 작업을 하고자 하는 학자의 고민이 녹여져 있다. 특히나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시민 불복종의 논의를 위해 가능한 반론들에 대해 검토를 하였으며, 시민 불복종의 후보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례들을 검토하고자 하였다. 다만 그 과정에서 행위의 정당성을 평가하는 싱어 나름의 도덕적인 기준에 반드시 동의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동의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생기는 의견 차이가 소멸하기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토론의 장을 구성하는 것이 더 유익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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