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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전제 자체를 재검토해야 - 호프 자런,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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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전제 자체를 재검토해야 - 호프 자런,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Perihelion 2022. 8. 31. 19:00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김영사, 2020

Hope Jahren, 『The Story of More: How We Got to Climate Change and Where to Go from Here』, 2020

 

 

1)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이 문제는 분명히 제대로 해결되기는 커녕 점진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에도, 사람들의 경각심은 오히려 무뎌진 것처럼 보인다. 이에 더해 기후 변화론자에 대한 합리적인 혹은 음모론적인 반대론의 대두와, 여러 이익집단들이 얽혀 논쟁이 혼탁해지면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헷갈릴 지경이다. 이에 저자인 호프 자런은 전문가로서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구성된 논증을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개인의 경험과 문학적인 맛이 가미되어 있는데, 전문 서적이라기보단 수필이라는 인상을 주어 어렵지 않게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특징이 있다.

 

 

 

2)

원제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저자는 환경 논의에 대해 정서적인 공감을 유도하거나, 표층적인 논의를 제시하는 선에서 머물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는 '더 많이'를 전제로 하고 있는 현대 문명의 사고 방식이다. 더 많은 생산, 더 많은 소비, 더 많은 편리성을 경쟁적으로 추구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기후 변화와 이로 인한 부작용들을 되돌리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유의미한 변화를 위해서는 사람들 사고의 심층에 흐르는 전제들부터 바꿔야 한다. 이는 단순하게 환경 문제라는 카테고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정의'와 '공정'의 문제와도 깊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외면할 수 없다.

 

 

3)

 저자의 논조에 동의하면서도, 현대 사회에서 그러한 사고의 심층이 변모하기에는 첩첩산중을 거쳐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 문제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인지적인 개선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고 해서 실천이 즉각 따라올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들이 있다. 현재의 경제구조, 산업구조, 국제질서의 구조는 모두 '더 많이'를 토대로 하고 있으며, 개인의 선택을 바꾸고자 노력하면서도 이러한 구조들을 뿌리부터 개편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더 적게'로 근본적인 체제의 전환을 이룬다고 해서, 북한,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동조할 것인가? 제국주의와 착취의 역사를 겪은 인류가 '소국과민'을 실천하려면 국제사회의 저변에 깔린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불신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마저도 '성장'과 '확장'이 존재의 본성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현재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4)

 그렇다고 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이나 '과학 만능주의'에서 제시하는 낙관론에 기대는 것은 무책임한 기대감의 소산일 수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면서 공백을 불완저하게나마 대체해왔다. 하지만 일종의 우연과 요행인 것이, 앞으로의 기술 발전과 일자리 소멸이 그저 똑같은 방식으로 해결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의 발전이 환경 문제를 촉발하면서도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기후가 변화하기 전에 과학기술이 대안을 제시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물리법칙과 공학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 와야만 우리는 가치관의 전환을 마지못해 받아들일 것인가.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가 실천을 뒤로 미루는 마음의 위안으로 잘못 사용되어서는 곤란하다.

 

 

5)

 환경 문제는 그 자체로 실천적이다. 그렇기에 독서 과정에서 단순한 지식이나 가치관을 인지하는 것을 넘어, 지금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연어와 소고기를 좋아하지만, 이들을 많이 소비하는 선택 자체가 연쇄적으로 초래하는 자원의 낭비와 환경 파괴를 떠올리자면 다른 식재료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따로 나와 살면서부터 생긴 '뭐라도 틀어놓는 습관'을 검토하면서,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서는 전기를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에 대한 솔직한 직관이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Step 1: 나의 가치관을 살펴본다.
Step 2: 정보를 모은다
Step 3: 가치 체계에 합당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Step 4: 자신의 가치관에 합당하게 개인 투자를 할 수 있을까?
Step 5: 내가 속한 기관을 나의 가치 체계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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