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보조 장치
기분은 기분으로 끝내자 - 레몬심리,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본문
레몬심리 저, 박영란 역,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갤리온, 2020(한국), 2019
1)
일반적으로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심리'를 표방하는 책들은 대체로 가벼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이나 그 책에 담긴 내용들은 대체로 어디선가 들어보았을 법한, 다소 상투적인 표현들로 채워져 있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은 내 인생에 있어 뭔가 전환점을 마련해주는 그런 책은 아닌 셈이다. 이 책이 많이 팔린 데에는 아주 매력적인 제목과 트렌디한 표지 그림이 아주 많은 역할을 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2)
나는 이 책이 다소 뻔한 내용을 다루었다고 여겼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함부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위로를 받은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그러한 느낌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그동안 읽은 철학자들의 저서들로부터 얻은 가르침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공자, 노자,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흄, 칸트, 키르케고르 등등... 성찰을 훈련하는 사람에게는 보통의 인지적 상담이나 격언들은 이미 들은 말에 불과하다. 심리 상담의 맥락을 내가 겪지 않은 상태에서, 곧 그러한 상황으로부터 오는 정서를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받는 인지적 조언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것이다.
3)
그래도 내 상황에 따라 인상적인 부분은 있었는데, 바로 "감정적 허기"에 관한 부분이다. 그렇게 배가 고픈 상황이 아님에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공허감이 가득하면 무언가(대표적으로 아이스크림)를 많이 먹는 경향이 있다. 특정한 시기에만 겪는 일일지라도, 막상 감정적 허기를 자극적인 식품으로 채웠을 때 행복감이나 충족감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한 감정적 허기는 오로지 마음을 채울 때에만 해소되는 것이다.
4)
이 책의 내용은 중국의 대표적인 심리 상담 플랫폼인 '레몬심리'에서 상담한 사례들을 모아 편집한 것이다. 모바일 앱을 활용하여 전문가의 상담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었는데, 이것 외에도 새로운 플랫폼을 각 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중국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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