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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장미여도 가시는 있다. - 영화 《라 비 앙 로즈(La môme)》, 2007 본문

작품 감상/영화

작은 장미여도 가시는 있다. - 영화 《라 비 앙 로즈(La môme)》, 2007

Perihelion 2020. 3. 23. 16:55

프랑스어판 포스터
영어판 포스터

 

영화 《라 비 앙 로즈(La môme)》, 2007

 

1948년의 에디트 피아프(출처: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Edith-Piaf)

 

 


1)

 한 소절만 들어도 들어본 적이 있는 명곡의 주인공, 프랑스의 국민가수 에디트 피아프(Édith Piaf, 1915-1963)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프랑스어 제목 "La môme"는 142cm의 작은 키에서 비롯된 별명인 "La Môme Piaf(The Little Sparrow, 작은 참새)"를 의미한다.

 


2)

 "라 비 앙 로즈(La Vie En Rose, 장밋빛 인생)"라는 영어판 제목(근데 프랑스어)은 피아프의 대표곡 제목이기도 한데, 이 또한 의미심장하다. "Heureux, heureux à en mourir(행복해요, 죽도록 행복해요.)"라는 노랫말처럼, 피아프는 사랑 충만한 행복을 누리기도 하지만, 꺾어놓은 장미에서 나는 향처럼 아주 잠깐일 뿐이었다. 오히려 그 인생은 향을 맡으려다 장미 가시에 자꾸만 찔리는 모양새에 가깝다. 그렇기에 피아프의 노래는 인생의 깊이가 진하게 담겨 있지만, 그 정도가 나였으면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은 정도다. 

 

[인생의 역경이 위대한 예술로 승화되었다는 점에서 멕시코 초현실주의자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가 떠오른다.]

 

 이윽고 영화 클라이막스에서 "Non, je ne regrete rien.(아뇨, 전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이 울려퍼지는데, 마지막 순간을 교차편집하여 인생을 응축하여 회고하는 명장면이 되었다.

 


3)

 그래서인지 에디트 피아프의 성격은 파동으로 치면 마루와 골 사이의 거리가 매우 멀다. 좋게 표현하면 느끼는 감정의 폭이 넓은 것이요, 나쁘게 말하면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다 하더라도, 피아프와 같은 감정으로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피아프가 경험한, 사랑이 주는 '죽을 만큼의 행복'을 동경하면 할수록, 역시 피아프가 겪은 '죽을 만큼의 절망'에 대한 두려움을 무시할 수는 없게 된다.

 

 

세자르 수상
오스카 수상


4)

마리옹 코티야르(Marion Cotillard)는 이 작품에서 에디트 피아프 그 자체가 된 듯한 연기를 통해,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 정도의 연기력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이 배우를 처음 본 것이 《다크 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2012)에서였는데, 역시 배우 연기력의 문제라기보단 각본이나 연출의 문제였던 것 같다..

 흥미롭게도 이 배우와 "Non, je ne regrete rien."가 등장하는 영화가 또 있으니, 바로 《인셉션(Inception)》(201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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