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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무엇을 위한 친절함이었을까 - 영화 《친절한 금자씨》, 2005 본문

작품 감상/영화

결국 무엇을 위한 친절함이었을까 - 영화 《친절한 금자씨》, 2005

Perihelion 2020. 3. 23. 16:32

영화 《친절한 금자씨》, 2005

 


1)

 "너나 잘하세요.", "친절해 보일까봐."로도 유명한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마지막이다(《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친절한 금자씨》). 보는 내내 "종합예술로서의 영화란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영화의 표현 방식이 인상적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고, 회화를 감상할 수 있으며, 클래식 음악을 체험하게 된다.

 

 

 

 



2)

복수라는 주제로 전개되는 영화에 『법구경』이 등장하는 것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짧고 쉬워서 유일하게 읽은 불교 경전이라 눈에 들어왔던 것도 있지만, 생각이 깊어질수록 법구경이 단순 장식이 아니라 주제 전달을 위한 장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안에서 금자는 다른 죄수(남파 간첩 출신)에게 총기 설계도 숨겨진 『법구경』을 전달받고, 출소 후에는 이를 해체하여 만든, 복수에 사용할 권총을 사용한다.

 

그는 나를 욕했고
그는 나를 때렸다.
그는 나를 이겼고
그는 내 것을 앗아갔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미움으로부터 길이 벗어날 수 없다.
-  『법구경』(석지현 역)


 『법구경』은 미움이나 복수가 해답이 되지 않음을 말한다. 그렇지만 복수를 행하는 것보다 복수하지 않음(못함)으로 인해 생기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결과적으로 『법구경』을 해체하며 진행한 복수는 성취되었다. 그러나, 물론 알면서 했던 것이지만, 복수 이후에 남는 것은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미운 사람은 파멸했지만 내 마음은 충족감 없이 이미 폐허가 되어 있으며, 홀가분하게 날아갈 줄 알았던 죄의식 또한 사라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복수는 나의 힘'이었지만, 구원은 복수에 있지 않았다.

 

 

 

또 다른 명대사 "빨리 죽어^^"


3)

 이 영화의 주연으로 배우 이영애보다 적절한 캐스팅이 가능할까 싶다. 특유의 분위기, 말투, 목소리가 캐릭터와 어우러져, 영화 내에서 표현된 바와 같이 그야말로 빛이 난다. 영화 제목처럼 금자씨는 친절했고, 다른 이들은 금자씨에게 친절해지고 싶어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잔혹하고 냉정하며, 마지막에는 공허하고 불쌍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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