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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인과관계 파악하기 - 홍춘욱,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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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인과관계 파악하기 - 홍춘욱,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Perihelion 2020. 3. 25. 16:43

 

 

홍춘욱,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로크미디어, 2019

 


 역사에는 거대한 사건들이 있었고 우리는 흔히 그러한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들'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러한 인물들의 승리와 패배, 그리고 역사적 기록에는 이들의 '배경'인 사회적인 여건이 존재했고, 그 중 핵심은 경제라고 할 수 있다. 보다 좋은 경제가 뒷받침되어 있어야 더 좋은 여유가 생기고, 그러한 여유가 학문으로 이어져 과학 기술이 되고, 그러한 과학 기술이 곧 더욱 강한 생산력(보급품)과 무기가 되어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을 역사적인 사실과 함께 설명해준다. 앞서 말한 바로 그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넬슨 제독이 황제 나폴레옹을 이길 수 있었고, 루즈벨트의 미국이 히틀러의 독일을 이길 수 있었으며, 아편전쟁이 발발하고 또 다른 역사적인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 또한 그렇게 되지 않겠는가?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그리고 가장 먼 곳에 있지만 가장 밀접한 미국에 이르기까지, 온갖 위협이 잠재되어 있는 지정학적 조건을 지닌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그런 역사적 사건들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단순히 그런 역사적 사건들의 경제적인 토대만을 단순히 나열하지는 않는다. "아니 그래서 그 경제적 차이라는게 왜 생긴 건데?"라고 하는 원초적인 질문에 대답을 해준다. 어떤 경우에는 과도하게 값싼 노동력이 기술혁신 압력을 약하게 만들고, 그 원인들 중 하나로 우수하게 잘 자라는 효율적인 작물(쌀)이 인구압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금본위제라는 체제가 통화 보유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대신 정부의 통화 정책을 어렵게 만든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영국과 네덜란드의 경제를 발전시킨 동인도회사와 주식시장이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책임과 신뢰가 없이는 제대로 형성될 수 없는 것인데, 영국과 네덜란드에서는 신뢰를 담보하고 책임을 유한하게 만드는 방법을 만들어냈고, 결과적으로 이를 바탕으로 엄청난 경제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경제라고 하는 물질 세계가 발달하는 근간에 '신뢰'와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철학과 윤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한 나에게 매우 큰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결국 경제라고 하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이상 신뢰나 책임과 같은, 인간을 움직이는 윤리적 요소들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판사도 의사도 경제도 전부 인공지능이 해주는 시대가 온다면 또 다르겠지만, 그건 그때 고민해도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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