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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뚝 떨어진 IT 산업이 아니다 - 정지훈, 『거의 모든 IT의 역사』 본문

작품 감상/도서

하늘에서 뚝 떨어진 IT 산업이 아니다 - 정지훈, 『거의 모든 IT의 역사』

Perihelion 2020. 5. 14. 21:01

정지훈, 『거의 모든 IT의 역사』, 메디치, 2010

 

1)

 오늘날 우리가 그 존재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IT 기업들의 역사를 개인용 컴퓨터 혁명(1976~1985), 소프트웨어 혁명(1985~1995), 인터넷 혁명(1993~1999), 검색과 소셜 혁명(1999~2006), 스마트폰 혁명(2007~2010), 클라우드와 미래 혁명(2010~)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의 회사, 마크 주커버그, 스티브 잡스 등의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소재다.

 


2)

이 책의 목차

머리말 사람의 역사가 IT의 역사다

제1장 인간을 바라봐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다
창의성과 고유정신이 넘치는 문화를 향해 가다

제2장 첫 번째 전환 : 개인용 컴퓨터 혁명(1976~1985)
숙명의 두 라이벌, 그리고 미래의 라이벌이 탄생하다
스티브 잡스, 스티브 워즈니악을 만나다
컴퓨터 천재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다
애플 컴퓨터, 혁명의 중심으로 태어나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손을 맞잡다
애플Ⅱ, 비지캘크와 함께 날아오르다
IBM과의 계약 실패로 눈물 흘린 비운의 천재, 게리 킬달
IBM PC의 등장과 MS-DOS의 대약진
매킨토시, GUI의 옷을 입고 태어나다
마케팅 귀재, 스티브 잡스를 축출하다
그리고 남은 이야기 | 폴 앨런과 스티브 워즈니악

제3장 두 번째 전환 : 소프트웨어 혁명(1985~1995)
마이크로소프트 최초의 윈도를 선보이다
HP와 델컴퓨터, PC 시장의 강자로 등장하다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탄생, 컴퓨터 전성시대 이끌다
스티브 잡스의 새로운 도전, 넥스트와 픽사를 시작하다
그리고 남은 이야기 |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를 사로잡은 여인들

제4장 세 번째 전환 : 인터넷 혁명(1993 ~ 1999)
네비게이터의 등장과 함께 웹 세상이 도래하다
인터넷 스타기업이 등장하며 닷컴 버블을 동반하다
몰락하는 애플, 스티브 잡스를 다시 받아들이다
새 시장을 준비하던 마이크로소프트, 핫메일을 삼키다
IBM, 오픈소스로 뛰어들다
실리콘밸리 양대 벤처캐피털, 구글에 투자하다
그리고 남은 이야기| 벤처캐피털과 썬 마이크로시스템스

제5장 네 번째 전환: 검색과 소셜 혁명(1999~2006)
재능 있는 인재들 구글로 모여들다
귀환한 황제, 애플을 구해내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에 오르다
닷컴버블 붕괴, 그리고 에릭 슈미트 등장하다
디지털 허브 vs.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야후, 오버추어를 인수하고 구글과의 관계를 끝내다
구글, 수익모델 장착하고 날아오르다
애플, 아이튠스 뮤직스토어로 음악 산업을 뒤흔들다
구글, 획기적으로 상장하며 기발한 서비스 개발하다
소셜 웹의 최강자, 페이스북 오픈하다
애플의 2인자 팀 쿡 활약하다
구글, 유튜브를 인수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위기에 빠지다

제6장 다섯 번째 전환 : 스마트폰 혁명
애플, 아이폰으로 새로운 판을 짜다
구글, 광고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다
구글, 안드로이드를 삼키고 전장에 뛰어들다

제7장 여섯 번째 전환 : 클라우드와 미래 혁명(2010 ~ )
구글, 소셜 웹에서 길을 잃다
마이크로소프트, 소셜 웹에 접속하다
페이팔 마피아들 유쾌하게 세상을 휘젓다
아마존, 웹 운영체제와 전자책으로 세 거인에 도전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7과 클라우드 서비스에 미래를 걸다
애플, 아이패드를 통해 콘텐츠- 서비스 융합 마켓을 노리다
구글, 안드로이드·크롬 쌍두마차와 구글TV로 미래를 바라보다


제8장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정보화 사회에서 경험 경제 사회로 변화하다
맞춤형, 작은 기업의 영향력이 확대되다

연대표
참고문헌
찾아보기
 이 전쟁에서 서부가 이긴 것은 컴퓨터 아키텍처 디자인 철학의 승리였다. 동부의 철학은 기본적으로 전통적 학문인 뉴터니안-카르테시안 철학에 기반을 둔 계층적 논리였고, 서부 디자인 철학은 하이데거의 도구와 인간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철학을 기반으로 했다.
 어떻게 서부에서 동부의 전통적인 서구철학에 반대되는 디자인 철학이 나올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60년대 젊은 세대들이 동부의 기존 문화질서에 저항하면서 서부,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한 거리에 모여 히피 문화운동을 하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23쪽)
 "구글에서 유능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이 매우 즐거웠지만 무엇이든지 데이터 중심으로, 공학적으로만 결정하는 회사의 업무 진행 방식 안에서 디자인하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다."(410쪽, 더글라스 보우만의 말을 인용하여)

 

 빠르게 변화하는 IT 기업들의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10년 전에 초판된 책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옛날 책이라 할 수 있지만, 오늘날에도, 아니 미래에도 이 책의 생명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제1장에서 제시하는 바와 같이,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며, "창의성과 고유정신이 넘치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 IT만이 아니라 모든 선도적인 산업 발전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애플Ⅱ는 비지캘크를 무기로 당시 난립하던 가정용 PC 시장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런 면에서 바라본다면 애플도 대단히 운이 좋았다. 댄 브리클린이 비지캘크를 개발할 때, 애플Ⅱ 컴퓨터가 아니라 당시 경쟁 관계에 있던 라디오섀크 TRS-80이나 코모도 PET 같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다면 PC 시장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을지도 모른다.(76쪽)
 1963년, 마우스를 개발한 더글러스 엥겔바트는 빌 잉글리쉬와 함께 프로토타입을 내놓았지만 경제적으로 아무 이득도 보지 못했다. 너무 일찍 특허를 받은 탓에 실제로 마우스가 상업적으로 널리 쓰이게 된 시점에는 특허의 시효가 만료된 것이다. 시대에 지나치게 앞서 특허를 받는 것도 그다지 큰 효용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101쪽)

 이 책에서는 운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결국 그 운의 확률을 높여주는 것도 환경의 역할이다. 적합한 산업의 구조와 문화가 충분히 축적되어야 그러한 성과물들로서 기업과 기업가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3)

 이러한 문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혁신에 대한 보상과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미국 최대의 강점은 위험과 실패에 대단히 관대하고, 건전한 복구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다.(27쪽)
 회사에서 배움의 기회와 개인의 창조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지원할 뿐 아니라 최고로 재능 있는 사람들이 같이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 이것이 픽사의 진짜 경쟁력인 것이다. 여기에 회사에서는 스톡옵션을 후하게 제공하고 있으니 세계 최고 애니메이션 인재들이 픽사로 몰려들었다.(168쪽)
  캠벨의 역할을 구글의 창업자, CEO 그리고 이사회, 더 나아가서는 다른 경영진과 직원의 신임을 얻어야 가능한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그는 이들의 중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면서 경영시스템, 인재 등용, 경영회의, 이사회와의 관계 및 시스템 정비에 효과적인 조언을 함으로써 오늘날 구글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데 큰 공헌을 했다.(301쪽)
 사용자 경험을 뒷전으로 하고 비즈니스와 돈만 밝히는 시도를 하면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실패하는 사례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351쪽)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스마트폰이 위기를 맞은 진정한 이유는 그동안 워낙 윈도 모바일 시리즈가 죽을 쑨 것도 있었지만 제조사들과의 신뢰관계가 깨졌다는 점이다.(434쪽)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제프 베조스, 일론 머스크, 마크 주커버그 등이 대거 등장할 수 있었던 환경적 요인을 간과해선 안 된다. 혁신에 대한 보상과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시스템, 쉽고 접근성이 좋은 업계 언어, 분야를 넘나들어 아이디어가 물고 물리면서 발전하는 환경(+공유정신), 애사심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환경과 대우, 사용자의 이익과 경험을 고려하는 설계, 기업들 간 기초적 신뢰 등... 10년 전에 제시한, 어쩌면 당연하다시피 여겨질 법한 이러한 요구들을 우리 사회는 얼마나 구비해놓고 있는가? 이런 것 없이 교육과정을 통해서 개인의 역량만을 강조해봤자 구름 위에서 논하는 청담에 불과하다.

 


4)

 아이디어는 서로 물고 물리면서 발전하는 모양이다. 파크 연구소에서 시작한 GU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은 결국 파크 연구소와 제록스뿐이었다. GUI의 진가를 알아본 애플이 상용화를 시작했고, 다시 진가를 알아본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성기를 열었다. 지적재산권에 대해선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들이 없었담녀 아직도 우리는 텍스트 명령어를 하나씩 입력하며 컴퓨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137쪽)
 그는 재단으로부터 아무런 월급도 받지 않았으며 새로운 문화와 철학을 알리기 위해 카피레프트 운동을 펼치면서 소프트웨어 부분에 적용할 새로운 라이선스인 GNU 일반 공중 사용 허가서(GPL)를 발표했다. 그의 활동은 이후 다른 산업영역에도 영향을 미쳐 자유이용 허락 표시(CCL)과 같은 라이선스 정책이 탄생되었고 공익과 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둔 새로운 철학 및 정책이 탄생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224쪽)
 IBM이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또 한 가지 배운 것이 소프트웨어의 설계 방식이 기존 대기업이 가지고 있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설계-구현-테스트-유지보수로 이어지는 기본 단계 자체는 동일하지만 시간 분배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설계보다 구현-테스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경향이 있다.
 원래 설계가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시간 측면에서 이러한 프로젝트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특정 멤버가 코드를 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코드와 컴파일 결과가 날마다 발표되고 이를 묶어서 컴파일하고 테스트하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작동한다.(230쪽)
 과학과 비즈니스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라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처음부터 자신이 만들어낸 것은 정말로 극히 소수를 빼고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남이 해놓은, 그리고 역사가 이룩해놓은 데이터와 자료, 경험에 접근해서 이를 바탕으로 진보를 이끌어내는 것이 과학이고 창작이다. 이를 철저하게 가로막고 특허와 저작권이라는 이름의 압력, 기술계약 또는 기술이전을 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정치적 경제적 부담, 변호사와 변리사만 좋아할 복잡한 사용허가 범위와 클레임 등은 공유 정신을 철저히 가로막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377쪽)

 

 살면서 처음 접했던 것은 카피라이트에 대한 내용이지만, 카피레프트에 관한 내용에 대한 관심이 자꾸만 높아진다. 실제로 각종 소프트웨어, 가령 스카이림이나 심즈와 같은 게임과 같이, 사용자 제작 컨텐츠를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경우에 해당 소프트웨어의 내용이 대단히 풍부해지고,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시간을 해당 소프트웨어에 공을 들이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양자에 대한 철학적 검토 없이 우리 사회에서 그저 규범 교육만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카피라이트-카피레프트 논쟁을 보다 심도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대 이후 활발하게 논의된 소유권 이론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소유권을 다루기 위해서는 인간의 권리, 나아가 인간이 만들어낸 사상이나 생산물의 본질을 탐구하는 형이상학과 인식론을 다루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하게 될 공부들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시점이다.

 


5)

 흥미로운 건 이 책을 샀던 시기가 도서정가제 이전이라는 점이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였다면 이 책을 살 엄두를 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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