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작품 감상/영화 (31)
기억 보조 장치
영화 《서치(Searching)》, 2018 1) 스터디 갔다가 실종된 딸을 찾고자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스릴러, 가족 영화이다. 영화의 모든 장면이 모니터 화면으로 진행되는데, 자칫 잘못하면 갑갑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방식임에도 세심한 연출과 개연성 있는 스토리를 통해서 참신함과 긴박감, 감동과 소소한 재미를 조화롭게 담아냈다. 가령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이는 미세한 움직임에서 사용자의 망설임이나 감정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또 카메라에만 포착되는 장면들은 마치 어떤 공포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이런 연출 방식을 Found Footage라고 하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한편 등장인물 중 하나가 숨기려다가 알리바이 때문에 마지못해 저스틴 비버 콘서트를 간다는 것을 밝힌 부분은 소소한 웃음을 제공한..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 2016 1) 다니엘 블레이크는 뉴캐슬에서 오랜 시간 목수로 살아오다 심장병에 의해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질병수당을 신청하고자 한다. 하지만 상담원은 블레이크의 의사소견을 확인하는 것보다는 별 의미 없는 질문을 하여 그의 화를 돋우고, 화가 난 블레이크는 질병수당 대상자에 선정되지 못한다. 이에 불복하여 항고를 준비하면서 구직수당을 받고자 하는데, 이게 복지를 해주기 위해 만든 제도인지 복지를 안 해주기 위해 만든 제도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인터넷을 쓸 줄 모르는 블레이크에게 오로지 인터넷으로만 신청이 된다고 하고, 구직 활동을 하였음에도 제대로 증명을 하지 못해 제재 대상에 오를 위기에 처한다. 결국 가산을 팔고 빈곤하게 버..
영화 《인셉션(Inception)》, 2010 1) 어느날 지각을 해서 헐레벌떡 학교에 가는 꿈을 꾸고, 그것이 꿈이었음을 알고 안도하여 다시 편안한 잠을 자다가 지각을 해버리는 꿈을 꾸고, 다시 그것이 꿈이어서 불안한 마음에 시계를 보니 위험한 시간이었음을 자각하는 식의 꿈을 꾼 적이 있다. 또 어느 날에는 내가 군대 신병으로 자대에 배치를 받은 것이다. 신병이 왔다고 일종의 환영회 비슷한 것을 하는데, 나에게 발언권이 주어져 "이미 한번 해봤으니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분명 한번 갔다 온 건데 내가 여기 왜 또 있는 거지?'하면서 꿈에서 깼다. 《인셉션》은 바로 이 꿈, 무의식의 바다의 심해까지 들여다본다는 흥미로운 소재를 활용한 영화다. 명작 SF답게 '인식이란 무엇인가?', ..
영화 《라 비 앙 로즈(La môme)》, 2007 1) 한 소절만 들어도 들어본 적이 있는 명곡의 주인공, 프랑스의 국민가수 에디트 피아프(Édith Piaf, 1915-1963)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프랑스어 제목 "La môme"는 142cm의 작은 키에서 비롯된 별명인 "La Môme Piaf(The Little Sparrow, 작은 참새)"를 의미한다. 2) "라 비 앙 로즈(La Vie En Rose, 장밋빛 인생)"라는 영어판 제목(근데 프랑스어)은 피아프의 대표곡 제목이기도 한데, 이 또한 의미심장하다. "Heureux, heureux à en mourir(행복해요, 죽도록 행복해요.)"라는 노랫말처럼, 피아프는 사랑 충만한 행복을 누리기도 하지만, 꺾어놓은 장미에서 나는 향처럼 아주 ..
영화 《더 포스트(The Post)》, 2017 1) 성과가 불분명한 베트남 전쟁이 기약 없이 진행되던 와중 미 국방부 장관 주도로 작성된 보고서인 가 언론에 유출되었다. 이를 와 가 보도를 하고, 이를 닉슨 정권이 저지하고자 한다. 영화는 유출로부터 미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의 시각에서 그려내고 있다. 2) 국민의 알 권리와 국가의 안보 사이의 대립은 중요한 사안이다. 21세기에는 '테러와의 전쟁'이나 '위키리크스(WikiLeaks) 폭로' 등 관련된 사안마다 어느 것이 중요하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진다. 이러한 논쟁은 국민의 의사결정을 정치의 원리로 삼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히 일어나는 일이다. 왜냐하면 국민에게 의사결정의 힘이 없는 국가라면 국민의 알 권리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
영화 《친절한 금자씨》, 2005 1) "너나 잘하세요.", "친절해 보일까봐."로도 유명한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마지막이다(《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친절한 금자씨》). 보는 내내 "종합예술로서의 영화란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영화의 표현 방식이 인상적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고, 회화를 감상할 수 있으며, 클래식 음악을 체험하게 된다. 2) 복수라는 주제로 전개되는 영화에 『법구경』이 등장하는 것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짧고 쉬워서 유일하게 읽은 불교 경전이라 눈에 들어왔던 것도 있지만, 생각이 깊어질수록 법구경이 단순 장식이 아니라 주제 전달을 위한 장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안에서 금자는 다른 ..
영화 《디파티드(The Departed)》, 2006 1) 이 영화는 2002년에 나온 《무간도(Infernal Affairs, 無間道)》를 원작으로 하는, 미국판 무간도라 할 수 있다. 느와르 답게 먼저 봤던 한국 영화 《신세계》(2013)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무간도》 또한 그렇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신세계》에서는 이런 장면으로 나왔었지!'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유사한 상황 설정이나 장면들을 차용(오마주)하면서도 영화마다의 색깔을 잃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다. 시간 순서 2002 무간도(Infernal Affairs, 無間道) 2003 무간도2: 혼돈의 시대(Infernal Affairs II, 無間道II) 2003 무간도3: 종극무간(Infernal Affairs III, 無間道 ..
영화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2010 1)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중대한 국가적 위기의 시기를 앞두고 영국의 왕이 된 조지 6세. 심각한 말더듬이 증세를 가진 그가 언어치료사인 라이오넬 로그를 만나 공포를 극복하고 우정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아버지인 조지 5세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형제 중 형은 사교적이고 자신감이 있으며 패션센스도 훌륭하지만, 왕실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고 다닌다. 미국 출신 이혼녀, 심지어 두 번째 이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하질 않나, 왕실의 품위나 규율 등에 대해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동생은 아버지의 말을 잘 듣는 편이나, 지나치게 소심하고 특히 대중 앞에서 연설을 할 때 공포에 사로잡혀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조지..
영화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猫なんかよんでもこない。)》, 2015 1) 이 영화는 고양이가 나오기 때문에 보게 된 영화다. 그 기대에 부응을 하듯 등장 고양이들은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럽고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원작의 작가 자신이 겪은 일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2) 프로 복서의 꿈을 가지고 살아가던 청년은 어느 날 형이 데리고 온 고양이 두 마리('친'과 '쿠로')를 키우게 된다. 고양이가 귀여운 영화지만 메시지는 고양이를 만난 '사람'에게 있다. 제목과 같이,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 그저 자기가 원할 때 오고 원할 때 간다. 밥을 먹는 것도, 밤에 더 활발하게 변하는 것도, 집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것도 자기 습성과 성격대로 한다. 이전에는 겪..
영화 《빅 쇼트(The Big Short)》, 2015 1) 세계를 강타했던 2007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금융위기가 발생한지도 벌써 10년이 넘게 흘렀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야 처음이 아니고, 시장실패라는 용어도 익숙하기 때문에 뉴스에서 보는 이 사태 자체가 충격파를 날릴 지언정 어떤 마음의 울림을 주지는 않는다. 주식 시장이 폭락했고, 많은 회사들이 망했으며, 경제 성장률의 둔화를 초래했다. 아무튼 세계적으로 '큰 숫자'만큼 손해를 본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파악하기에 숫자만큼 흥미롭고 객관적인 것이 없다 할지라도, 숫자만으로 세상을 파악한다면 세상의 단면만을 보는 것이다. 이 영화는 금융위기 직전에 금융 붕괴를 예상하고 숨가쁘게 움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들려주고자 한다. 이를 통해 숫..